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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Bookcc)

『기억술사』-임다미/므네모스의 책장/안좋은기억의 가치/장편소설

by 토마토 레드 2022. 3. 9.

 

『기억술사』는 남자주인공 선오가 우연히 남들의 기억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해 '기억'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교훈이 담긴 책이다. 흔히 사람들은 안좋은 기억이나 과거가 없었다고 말하곤 한다. 반대로 힘든 지금을 회피하면서 좋았던 과거에만 살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여자주인공 희주, 후자는 어릴 적 희주의 단짝 은아에 해당된다. 소설 속 말투나 표현들이 현대 사회의 2,30대가 아무렇지 않게 자주 그리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고민이나 푸념들을 옮겨나서 좀더 이입이 잘 되는 것 같다. 

 

  

남주 선오는 다른 사람의 머리 위에 손바닥을 얹지면 그 사람의 기억을 도서관 안에 있는 책들로 읽어서 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사람마다 도서관의 형태나 크기, 책장의 생동감 및 정적임, 책의 표지의 색감들로 표현되어 있는데 도서관 전체의 느낌이 형형색색의 알록달록 할수록 그 사람은 행복하고 좋은 기억들이 많고, 단조롭고 탁한 색들과 어두컴컴 음침하면 안좋은 기억이 많은 것이다. 

여주 희주는 점점 기억력이 안좋아지고 있고, 특히나 어렸을 적 기억부터 사라지고 있다. 이를 고치기 위해 병원이며 한의원 등 치료에 힘을 썼지만 차도는 없었다. 마침 남주 선오가 운영하는 곳이 치매가 좋아진다거나 잃어버린 물건을 찾았다며 카페에 후기가 올라온 것을 보고 지푸라기 심정으로 방문했다.

선오는 평소 치료해왔듯이 희주의 머리에 손을 얹어 희주의 기억저장소인 도서관을 둘러보았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사각사각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니 어떤 '무엇'과 마주했다. 그 '무엇'은 희주의 가장 오래된 기억부터 차례대로 먹어 치우고 있었고, 그래서 기억이 어릴 때의 기억부터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괴로운 기억, 아픈 기억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자존감도 낮아지고 자신감 마저도 없어지고 점차 사람들하고도 멀어진다. 아프지만 이미 끝난 어찌보면 그 짧은 순간의 한 사건으로 인해 평생을 괴로움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겉으로 티는 안내지만 꽤 많다. 그래서 우리는 치매도 아닌 이상하게 기억이 없어지는 희주의 증상처럼 원인없고 알 수 없는 병이나 증상들로 몸이 힘들어한다.

책에서도 심리학전공의 조 선생이 등장한다. 마음이 다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힘든 기억을 지워달라고 그때 그 경험을 하지 말았어야했다는 후회와 한들을 토로했다. 우연히 조 선생도 남주 선오와 같이 남들의 기억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었고, 자신을 찾아온 환자들의 안좋았던 기억들을 몰래 지웠던 것이다.

여기서 소설은 말한다. 그 기억들을 진정 지우는 것이 좋은가?

안 좋은 기억은 겪고있는 당시에는 힘들고 많이 쓰겠지만, 나중에 꼭 도움이 되고 그러한 괴로운 기억을 극복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한다. 힘든 일을 극복하는 힘이 생기니, 후에 힘든 일은 누구나 언제든 겪을 수 있기에, 그 힘든 일을 극복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건강하다고 독자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끔찍한 기억들을 누구나 갖고 있으니까 누구든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을 존중하고 도와줄 수 있다.

이렇게 '기억'의 가치를 중점으로 두면서, 희주의 기억 도서관에 있던 그 '무엇'은 알고보니 일상에서 사소한 일들이 뭉쳐진 트라우마 덩어리였다. 하나의 특별한 사건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소중한 존재가 아닐 거라는 의심들이 쌓이고 샇여 만들어진 쾌쾌한 감정의 덩어리였다. 희주의 무의식이 조금씩 조금씩 거대한 '무엇'(뭉그리)을 만들어 냈고 이렇게 만들어진 '무엇'이 기억을 정리해야 하는 본래의 일을 잊은 채 희주의 무의식에 따라 기억들을 없애버렸던 것이다. 

'무엇'을 더 이상 두려워해야 할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불쾌한 감정을 제대로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그러자 그 무엇이 쾌쾌한 감정들이 뭉쳐져 까맣던 무엇이 하얗게 변하면서 뭉쳐있던 뭉그리들이 녹아내렸고 삼켜버린 수많은 책들과 종이 쪼가리들이 터져나왔다. 이렇게 희주는 그동안의 안 좋은 감정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그동안 억눌러 온 감정이 터져나왔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뭔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 또한 감정이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보통 힘든 일이 나에게 오면 빨리 지나가려고 하고 회피하거나 억누르거나 제대로 사건이나 감정들을 보지 못한다. 또한 안 좋은 기억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쉽게 하지만, 그 이상의 깊이있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소재자체가 쉽게 일상에서의 접할 수 있으면서도 기억의 가치에 대해서, 확장한다면 우리 삶에서 배워야할 가치들을 알려주고 있다.

안 좋은 감정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쉽진 않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않은 상황들도 다시 생각해야하고 기껏 지웠다고 생각한 것들도 다시 끄집어내야한다. 하지만 기억 도서관 자체가 우중충한 것은 나라는 사람 자체도 우중충하다고 느껴진다. 나는 내 기억 도서관이 형형색색의 알록달록 예쁘고 밝고 빛났으면 좋겠다. 누구든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이 책은 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나의 트라우마를 벗어나려는 계기와 에너지를 심어주는 것이라고도 생각이 든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21976577

 

기억술사

“그녀의 기억 속 도서관은 유난히 커 보였다.”“희주 씨 기억 속에서 ‘무엇’인가를 마주했어요.”“저 혼자 기억을 되찾을 실마리를 잡아낼 수 있을까요?”“이제 ‘무엇’을 어떻게 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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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글입니다*